2022. 9. 5. 12:09ㆍ디자인, 예술
리디자인
리디자인이란 말 그대로 '다시 디자인한다'라는 의미입니다. 기존의 것을 처음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여, 즉 무지 상태로 돌아가 파헤치는 것을 말합니다. 디자인이란 본래 그 동기가 개인의 자기 표출 의사에 집중된 '아트'적인 요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디자인의 동기입니다.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도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늘날 디자인의 의미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욱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미 사회에 공유되고 있는 무엇인가 안에서 그것을 더 검증하고 리디자인하는 것이 현대 디자이너의 숙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리디자인하면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가 떠오릅니다. 하라 켄야는 90년대에 10여 년 동안 '리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몰두하였고 2000년 4월 <리디자인-일상의 21세기>라는 전시회를 기획하였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여러 분야(제품 디자인, 건축디자인, 광고디렉터 등)에서 활동하는 32명의 작가들에게 일상적인 물품에 대하여 리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여기에는 주요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개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리디자인이라는 개념을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들도 오랜 역사 속에서 다듬어진 성숙한 제품들이었기 때문에 이를 단 기간에 뛰어넘기는 현실적으로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리디자인-일상의 21세기> 의 작품들 중 3가지 정도만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디자인-일상의 21세기>의 작품들
쿠마 켄고의 바퀴벌레 덫은 '억제'의 형태가 돋보인 리디자인 작품입니다. 쿠마 켄고는 두뇌파 건축가입니다. 그는 그럴싸하게 보이는 조형물을 통한 건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개성적이고 탐미적인 욕망을 어떻게 '제어'하고 '억제'하는가를 중요시합니다. 제어와 억제라고 하여 단순히 숨기는 것이 아닌 필요할 때에만 그 정교함과 섬세함을 들어내는 것이 수준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두루마리 테이프 형태의 바퀴벌레 덫 입니다.
테이프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조립하면 사각형 튜브가 만들어지는 형태입니다. 그 안은 모두 끈끈이로 되어 있어 바퀴벌레를 잡을 수 있습니다. 형태가 기본적으로 가늘고 길어 부엌이나 틈새에 두기 좋습니다. 또한 외관의 유닛과 유닛 사이에도 끈끈이가 붙어 있어 벽과 같은 면에도 붙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바퀴벌레 덫의 형태인 하우스 형태를 튜브 형태로 리디자인하여 그 기능과 주변 인테리어와의 조화 염두한 쿠마 켄고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장지의 모양은 둥그런 심에 둘둘 말려있는 형태입니다. 건축가 반 시게루는 화장지의 심을 사각형 형태로 리디자인 했습니다.
종이를 사용하는 건축가로 잘 알려진 반 시게루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발상으로 건축을 구체화하고 자원을 소중히 다루는 건축가입니다. 반 시게루가 리디자인한 화장지에도 이러한 발상이 담겨있습니다.
종이 심이 사각형인 이유는 바로 화장지를 잡아당길 때 생기는 '저항'입니다. 사각형으로 종이 심을 만들게 되면 화장지를 잡아댕길 때마다 달가닥달가닥 거리는 저항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저항을 발생시킴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화장지를 쓰는지 감각으로 일깨워 주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는 자원 절약의 기능을 발휘합니다. 또한 둥근 형태의 화장지는 운반할 때 그 틈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사각형 심은 그 틈이 줄어들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CD 플레이어를 보면 '환풍기'와 유사합니다. 환풍기 처럼 끈을 잡아당기면 CD가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형태는 환풍기의 기억이 작용하게 되어 우리는 바람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우리의 감각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사물과 사람 간의 무의식적인 관계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후카사와 나오토는 제품디자이너로서 이러한 미묘하고 섬세한 지점에서 디자인을 합니다.
그가 맡은 프로젝트는 '티백'이었습니다. 총 3가지 형태의 티백을 제안했는데 1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손잡이 부분이 고리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리의 색깔은 홍차가 제일 맛있어지는 시점의 색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것이 홍차를 맛있어질 때까지 마시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것은 개인의 기호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의미를 딱 지정하진 않더라도 우리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잠재성을 디자인해 둔 것입니다.
이렇게 리디자인의 의미와 그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일상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도 창조의 하나 입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사용할 것인지는 바로 이 '디자인'에 담겨있습니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안그라픽스, 200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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