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 18:51ㆍ공간
서울의 거리 곳곳에는 근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말기에서 대한제국,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서울의 건축 양식은 전통과 서양 문화가 혼합되며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 냈다. 오늘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근대 건축물들을 따라 걸으며, 그 속에 깃든 역사를 살펴보려 한다.




1. 덕수궁의 돈덕전과 정관헌 – 대한제국 황실의 공간
덕수궁 안에 자리한 돈덕전과 정관헌은 대한제국 황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이다.
돈덕전(惇德殿)은 원래 황실의 교육기관으로 사용되었으며, 대한제국 시기에는 외국 사절단을 맞이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서양식과 전통 건축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당시 근대화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특히 외부에는 붉은 벽돌을, 내부에는 흰 벽돌을 주로 사용하였고 청색 창틀이 인상적이다.
정관헌(靜觀軒)은 고종이 커피를 즐기며 외국 사절을 접견하던 공간이라고 제일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서양식 벽돌 건축물에 한옥식 처마가 얹혀 있는 독특한 형태로, 한국 근대 건축의 과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2. 환구단 – 대한제국의 황제 즉위식이 열리던 장소
환구단(圜丘壇)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했던 장소로,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 공간이다. 원래 중국의 천단(天壇)처럼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단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대부분 철거되었고 현재는 황궁우만 남아있다. 황궁우는 환구단 안에 세워진 환구단의 상징물로 팔각 3층 건물이다. 안에는 신위판들이 봉안되어 있고 천장에는 경복궁 근정전의 칠조룡(七爪龍)과 다른 팔조룡 조각이 새겨져 있다.


3. 이회영기념관 –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기리다
근대 건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을 담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회영기념관은 조선 말기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전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20세기 초에 지어진 서양식 주택으로, 돌로 지어졌고 독특한 나무 뜬지붕이 특징이다. 배화학당을 세운 미국의 선교사 조지핀 켐벨이 살았던 곳이다.


4. 약현성당 – 서울 최초의 서양식 성당
서울 중림동에 위치한 약현성당은 1892년에 지어진 서울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 서양 건축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시기의 대표적 건물로,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됨으로써, 한국에서도 천주교 박해가 끝나고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성당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신앙 선조들이 순교한 서소문 성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을 매입해 약현성당(중림동 성당)을 지었다.


5. 길상사 – 문학과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요정(料亭)이었지만, 1997년 법정 스님의 뜻에 따라 사찰로 변모했다.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은 '요정 정치'라고 불릴 만큼 요정이 큰 영향력을 가진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3대 요정으로 불린 대원각은 박정희 정부 시절 고위급 인사들과 재벌들의 비밀회동 장소로 자주 이용됐다고 한다.
화려한 근대 문화 공간에서 불교 수행처로 변화한 길상사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다.


6. 정독도서관 – 근대 교육의 중심에서 시민의 지식 공간으로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정독도서관은 한국 근대 교육의 중심지였던 경성중학교(후에 서울고등학교) 자리 위에 세워진 역사 깊은 공간이다.
해방과 함께 서울고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76년 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한 후 정독도서관이 설립되었다.
정독도서관 본관 건물은 1938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구조로, 서양식 건축 양식과 일본식 교육시설의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이곳에는 옛 경성중학교 시절부터 남아 있는 건물들이 일부 보존되어 있으며, 근대 교육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현재 서울 시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도서관으로 자리 잡았다. 조용한 독서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와 전시도 열리며, 주변 북촌과 함께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7. 서울역 – 철도 교통의 중심
1925년 경성역으로 개장한 서울역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반도의 주요 철도 교통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해방 후 서울역으로 개명되었으며, 근대 철도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서울역 구 본관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설계되었으며, 돔형 지붕과 대칭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이는 당시 서양 건축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재 서울역 구 본관은 문화역서울 284로 리모델링되어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덕수궁 중명전
손기정기념관
독립문
대한의원
서울기상관측소
연세대 내 건물들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은행(현 화폐박물관)
배재학당(신세계백화점 자리)
등이 있습니다.
건축물은 우리의 역사를 가감없이 담고 있습니다.
특히 건물 안에 들어서면 마치 그 시대에 존재하는 듯한 오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공간은 그런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덕수궁의 석조전 사진을 끝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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