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1. 17:11ㆍ디자인, 예술
언어 : 사상·감정을 나타내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음성·문자 따위의 수단
1. Jazz
음악은 하나의 언어다.
요즘 젊은 재즈 연주자들이 뛰어난 테크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즈를 하나의 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가 하는 것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지 않지만 자기만의 역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은 모순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거나 부담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이 쉽게 제공되기를 바란다.
아마도 인터넷과 같은 즉각적인 정보 전달 시스템의 발전으로 인해 멈추고, 천천히 생각하며 고민하는 능력이 퇴화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역사를 접하고, 이를 통해 영감을 받아 계속해서 표현하다 보면 예술의 유산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모든 것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가능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사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올드한 재즈 연주자가 젊고 테크닉이 뛰어난 연주자보다 더 위대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
2. Photography
멈추고, 천천히가고, 고민해보는 과정 중 하나는 하나의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 한 장만 찍고 바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한 대상을 오래 관찰하며 촬영을 이어가다 보면 단순히 훌륭한 작품집을 만드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사진은 언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것일수록 표현하기 쉬운 경우가 많다.
사진에 있어 다음 유명한 말이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사진이란 자연히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는 편향된 의견이나 해석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들과 중요한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여 드러내는 것.
- 에드워드 웨스턴 -
사진의 대상으로는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이 있다.
구체적인 대상에는 사물, 건축물, 다큐멘터리 사진, 저널 사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반면, 추상적인 대상에는 사람의 감정, 생각, 느낌 등이 해당한다.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두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딱딱해보이는 건축물 사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하며, 울부짖는 사람의 얼굴에서 잔인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100% 작가가 의도한대로 청중에게 전달할 수 없다.
그래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바로 '텍스트(Text)'의 활용이다.
1960년대 미국의 광고사진에서 텍스트와 사진이 함께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진에서의 글자는 보는 사람을 작가와 이어주는 '닻' 이자, 더 깊게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돛'이다.
3. Architecture
최근 북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강한 빛을 피해 항상 커튼을 열어두고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건축은 사람들의 선호와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변화한다.
어디에 놓아도 좋은 건축 vs 해당 지역이 아니면 성립할 수 없는 건축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는 어디에 놓아도 훌륭한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반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은 자연과 건축이 하나 되어 그 지역에서만 해석 가능한 건축물이다.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레사 다 팔메이라 수영장도 자연과 건축의 완벽한 통합을 보여준다.
같은 포르투갈 건축가인 에두아르도의 무니시팔 드 브라가 축구 경기장 역시 채석장을 깎아 만든 구조로, 바위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건축에서는 철골이나 목재 구조처럼 서로 다른 부재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된다.
이렇듯 다양한 재료가 합쳐진 방식을 텍토닉(Tectonic)이라고 하는데, 위에 언급한 건축물들은 자연과의 텍토닉을 잘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건축물은 최대한 정리되고 형태는 기능을 따르도록(Form follow Function) 디자인하면서,
반면에 자연은 최대한 거친 모습 그대로 남겨둔다.
그 사이에 사람을 넣어(in between space)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건축에도 건축가의 '의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가령, 경사로를 이용해서 시야와 소리, 경로를 컨트롤한다거나,
층을 내고 벽을 분리하는 등 심플한 구조안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준다.
결론
예술은 단순히 기술이나 결과물의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와 환경, 그리고 개개인의 경험이 결합된 하나의 언어다.
재즈, 사진, 건축의 사례에서 보듯, 깊이 있는 예술은 역사를 배우고, 관찰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세 분야 모두 한 가지 공통된 교훈을 준다. 예술은 결코 단순하거나 즉각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은 언어로서의 역할을 완성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다. 시간을 들여 자신의 작업을 고민하고, 역사를 배우며, 주변과 소통할 때 비로소 예술은 말이 되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전달된다. 이는 예술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유효한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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